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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갤러리 여행기

by 인데일리001 2025. 6. 23.

전시 공간으로 떠나는 예술의 세계 일주

때로는 도시를 떠나지 않아도,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공항에서 여권을 꺼내지 않아도,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한 장의 입장권, 혹은 낯선 언어가 적힌 벽면 텍스트 한 줄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실제로 해외를 여행하지 않아도, 국내의 전시 공간에서 국경 없는 세계 예술을 체험했던 여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단지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그 나라의 역사와 감성, 사회와 인간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은, 짧지만 강렬한 예술의 세계 여행이었습니다.
전시라는 세계의 창을 통해, 그 국경 없는 감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국경 없는 갤러리 여행기
국경 없는 갤러리 여행기

1. 한 전시 속 한 나라,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

처음 ‘국경 없는 갤러리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은, 성수동의 작은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던 일본 현대 아트 전시를 다녀온 직후였습니다.
정갈한 벽면에 전시된 일본 도예가의 작품은 형태와 색만으로도 깊은 정서를 전달하고 있었으며, 한쪽 방에는 그 작가가 살아온 지역의 영상과 사운드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으로 조용히 앉아 그 영상을 바라보던 중, 저는 문득 일본 소도시의 계절감, 정적인 삶,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감각을 ‘직접 느끼고 있다’는 착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전시가 한 도시의 공기까지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이후 저는 일정한 주제를 잡고 주말마다 전시를 찾아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유럽 감성’, ‘아프리카 시각예술’, ‘북유럽 조형철학’, ‘중동 여성 예술가전’ 등 이름만으로도 매혹적인 전시들이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외국 대사관이나 문화원이 후원하는 전시는 현지성과 작가의 언어가 잘 살아 있어 마치 외국 갤러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몰입을 선사하였습니다.

전시는 그 나라를 대변하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감각을 통해 통역 없이도 마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2. 도시 없이 만나는 도시의 풍경

전시를 본다는 것은 단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공간을 통해 그 나라 도시의 구조와 시선, 감정의 결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핀란드 건축전'은 단지 건물의 사진과 설계도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의 눈 덮인 창문, 사람 없는 거리, 절제된 채광과 간결한 디자인을 통해 우리는 북유럽 도시의 삶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이란 현대미술전'은 중동이라는 정치적 이미지로만 익숙했던 그 지역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페르시아 양탄자를 재해석한 설치미술, 여성 작가들의 자기표현적 회화, 금빛과 검정이 지배하는 색감의 조형물은, 하나의 전시를 통해 '테헤란'이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오롯이 전해주었습니다.

전시는 시각과 공간 구성, 해설 텍스트, 향기, 조명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며, 그 도시를 ‘걷는 듯한’ 간접 체험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전시장을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시간은, 비행기 대신 예술로 떠나는 도시 산책과도 같습니다.

3. 여행보다 오래 남는 여행

전시를 통해 도시와 국가를 경험한 후, 그 경험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카페에서 어떤 배경 음악을 듣다가, 뉴스에서 특정 도시 이름을 들었을 때, 그때의 전시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브라질 아방가르드 회화전’을 관람한 이후, 브라질이라는 나라를 훨씬 가깝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축구, 삼바, 아마존으로만 압축되어 있던 이미지가, 전시를 통해 도시 빈민의 삶, 대중예술과 거리예술의 접점, 정치에 반응하는 청년 세대의 감정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전시는 한 나라의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우리가 쉽게 소비해온 '국가'라는 이름 뒤에는 수많은 개인과 감각이 존재하며, 그것을 가장 직접적이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형식이 바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시 이후 남는 소책자, 리플렛, 스케치, 혹은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은 때때로 실제 여행보다도 더 오래 남는 여행의 기록이 됩니다.
그 순간의 몰입이 진짜였기에, 그 기억 또한 진짜가 됩니다.

 

일상에서 떠나는 세계 여행을 위하여

‘전시 여행’은 물리적 이동이 없는 대신, 감각적 확장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는 정기적으로 해외 연계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지역 문화예술회관, 청년 예술 공간, 독립 큐레이터 기획전 등에서도 테마가 확실한 소규모 전시가 많이 열리므로,
네이버 전시/문화 섹션이나 각 지역 문화재단 웹사이트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풍성한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별로 전시 일정을 테마별로 엮어서 1박 2일 루트를 계획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만나는 베를린: 미디어아트 전 + 독일 영화 상영 + 유럽식 브런치 카페 + 니치 향수 체험'과 같은 하루 코스를 구성하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국경을 넘는 감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 속 예술 감상은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닙니다.
예술은 우리가 세상을 더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이며,
그 창은 언제든지 가까운 전시장 안에서 열릴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가장 가까운 세계 여행, 예술이 안내하는 길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단지 지리적 개념이 아닙니다.
익숙한 시선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 나와 다른 감정과 색채를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진짜 ‘세계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여권에 도장이 찍히지 않더라도, 내 마음의 기억장치에는 수많은 도시가 남아 있습니다.
도쿄의 거리, 마라케시의 정원, 헬싱키의 도서관, 아바나의 광장처럼.

전시는 그 도시와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진하게 연결될 수 있는 문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 가볍게 한 장의 전시 입장권을 들고 ‘국경 없는 세계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새로운 세계가 그 안에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