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부담스러운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서울은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도시입니다.
한남동에서 프랑스 감성을 느끼고, 이태원에서 중동과 동남아의 문화를 맛보고, 해방촌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로컬음식을 즐긴 뒤, 동대문에서는 미래 도시를 거니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단 반나절 안에 가능합니다.
여권도, 비행기도 필요 없는 특별한 여행.
지금부터 소개할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서울 안에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될 거예요.
1. 한남동 – 파리와 밀라노를 닮은 감성 거리
하루의 시작은 프랑스 파리의 어느 골목길 같은 분위기로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한남동은 세련된 감성과 고급스러움이 공존하는 동네입니다.
거리에는 유럽풍 인테리어의 카페와 수입 패션 브랜드 숍, 아트 갤러리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남동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리틀앤머치’라는 카페는 마치 파리의 마레 지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갓 구운 크루아상과 라벤더 향이 은은한 라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서울이 아닌 프랑스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죠.
브런치 메뉴로 나오는 치즈 타르틴이나 에그 베네딕트도 수준급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근처의 편집숍이나 쇼룸에 들러보세요.
분더샵 한남이나 10꼬르소꼬모,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유럽 감성이 가득 담긴 브랜드 제품과 오브제를 전시해두고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이곳의 미니 갤러리나 북 코너는 마치 밀라노의 예술 서점에 온 듯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2. 이태원 – 세계가 공존하는 골목
한남동에서 도보로 10~15분 정도만 이동하면, 전혀 다른 문화가 펼쳐지는 이태원에 도착합니다.
이태원은 말 그대로 ‘서울 속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리에는 무슬림 사원과 할랄 음식점, 터키, 인도, 베트남, 태국 음식점까지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어,
단 몇 걸음 만에 여러 나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동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파샤(Pasha)’에서 점심을 즐겨보세요.
이곳은 정통 터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양고기 도네르 케밥과 허브로 향을 더한 바클라바가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후식으로 나오는 따뜻한 터키 차이(홍차)는 붉은색 유리잔에 담겨 나오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완성시켜줍니다.
점심 후에는 동남아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볼 차례입니다.
‘에머이’나 ‘탐분남’과 같은 식당에서는 실제 동남아 셰프가 요리하는 포(쌀국수), 팟타이, 똠얌꿍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실내는 현지 시장에서 볼 법한 장식과 음악으로 꾸며져 있어, 베트남 하노이의 골목이나 방콕의 야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태원에는 세계 각국의 식재료를 판매하는 작은 식료품점도 많습니다.
터키의 향신료, 인도의 라씨 가루, 베트남의 고수 잎까지 이태원의 마트는 그 자체로 세계 여행의 연장이 될 수 있죠.
해방촌·경리단길 – 진짜 로컬의 숨결
이태원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나오는 해방촌은 외국인 셰프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이 많은 동네입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보다 진짜 ‘로컬’의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에,
각 나라의 일상과 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현지인 셰프가 만든 정통 타코를 맛볼 수 있는 ‘엘 피노 323’, 독일식 수제 플람쿠헨을 파는 ‘피자무이’,
그리고 베트남 가정식 반쎄오를 파는 작은 식당까지 해방촌의 음식점들은 작지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해방촌 언덕에 자리한 루프탑 카페에서는 서울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해 질 무렵, 도시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마치 유럽 어느 마을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처럼 느껴지죠.
경리단길 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북유럽 스타일의 공방, 일본식 소품 가게, 스웨덴 가구 숍도 있어
그 자체로 소소한 세계여행의 연장이 됩니다.
이곳에서는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방에서 도자기를 구경하며 차분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3. 동대문 DDP – 미래 도시에서의 문화 체험
여행의 마지막은 서울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간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입니다.
DDP는 유려한 곡선의 외관이 인상적인 건축물로, 마치 두바이나 싱가포르의 미래 도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특히 해가 진 뒤 조명으로 빛나는 건물 외관은 진짜 SF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설 전시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디자인, 문화, 예술 전시가 자주 열립니다.
핀란드의 라이프스타일 전시, 프랑스의 향수 브랜드 팝업, 일본 아트 일러스트 전시 등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세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근처에는 광희동 차이나타운이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중국식 붉은 간판들, 정통 중국 음식점, 현지에서 공수한 식자재 마트까지
중국 골목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마무리하면 서울 속 세계 일주는 완성됩니다.
서울에서 떠나는 진짜 여행
단 몇 시간, 단 몇 걸음만에 세계의 여러 도시를 느끼고,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서울.
이번 여행은 단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시야를 넓히는 여정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도 서울 속 세계 일주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여권 없이도 떠날 수 있고, 체력 소모 없이도 충분히 설렐 수 있는 여행.
서울의 세계를 만나는 경험은 분명 새로운 시선과 감동을 줄 것입니다.
또 다른 시선으로, 서울을 여행하다
이런 여행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말엔 ‘서울 속 일본’을 찾아볼 수도 있고, 다음달에는 ‘서울 속 남미 감성’을 담은 코스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죠.
예컨대 성수동의 미니멀 디자인 가구숍을 거닐며 북유럽 감성을 느끼고,
압구정의 멕시칸 타코 전문점에서 열정적인 라틴 문화를 마주하며,
홍대 인근의 아프리카 공예품 전시관이나 다문화 마을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서울 속 세계 여행의 또 다른 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도시입니다.
익숙하다고 느낀 그 거리, 그 골목에도 한 번쯤 시선을 달리해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마치며 – 마음이 먼저 떠나는 여행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간’보다 ‘마음’이 먼저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건, 비행기나 호텔이 아니라 새로운 감정과 시선입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우리 일상 속에도 얼마든지 숨어 있죠.
다만 그것을 찾을 시간이 없었을 뿐, 혹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뿐입니다.
서울 속 세계 일주는 단순한 흉내 내기 여행이 아닙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일상의 틀을 살짝 벗어나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넓혀보는 연습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오늘,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은 바로 지금일 수 있습니다.